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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진블록스

디플라스틱 아트(De-Plastic Art)_플라스틱 환경 문제에 대응하는 예술 실험

이돈순 x 오픈스페이스 블록스_맨드라미 배_태평동 일대 1.5km 골목 동선을 따라 봄부터 콘크리트 틈새와 주택 옥상에 맨드라미 씨앗을 심고 그 성장 및 주민과의 동화 과정을 관찰해 간 현장 작업_태평동 주택 옥상_2023


2023. 04 ▶ 2023. 11. 30

디플라스틱 아트(De-Plastic Art) 공방 및 태평동 일대

 

협력 작가/고재욱, 이돈순, 이찬주

프로젝트 참여/김경민·김경옥·박정미(성남시 마을 활동가) 및 지역 주민

이다연(가천대 예술대학생), 황란하

프로젝트 홍보 및 진행/이나래

기획/김은영, 이돈순

 

오픈스페이스 블록스

openspace BLOCK's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남문로43번길 13-2

Tel. +82.(0)10.2247.4346

 

 

*‘디플라스틱 아트(De-Plastic Art)’ 프로젝트는 2023 경기문화재단 에코뮤지엄 지원사업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이돈순 x 오픈스페이스 블록스_맨드라미 길_태평동 일대 1.5km 골목 동선을 따라 봄부터 콘크리트 틈새와 주택 옥상에 맨드라미 씨앗을 심고 그 성장 및 주민과의 동화 과정을 관찰한 현장 프로젝트_2023


환경 이슈를 고려할 때 참고할 만한 두 가지 담론적 관점이 존재한다. 하나는 1962년에 발행한 레이첼 카슨(Rachel Carson)의 <침묵의 봄>이다. DDT 등 살충제나 제초제의 무분별한 사용으로 인해 파괴되는 생물계의 충격적인 모습을 적나라하게 공개해 자연에 대한 인간의 무문별한 개입과 문명의 이기들이 생태계 사슬을 거쳐 의도하지 않은 부작용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는 경각심을 던져 주었기 때문이다. 생명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기업의 탐욕과 자연의 분노를 대변하는 그녀의 통찰적 목소리는 환경 인식을 지구 생태계의 문제로 집약하여 대중적으로 확산시켰을 뿐 아니라 정부 정책의 변화와 현대적인 환경운동을 촉발했다고 평가된다.

 

이와 대비되는 또 다른 시선으로 잭 홀랜더(Jack M. Hollander)의 <환경과 빈부의 두 세계>(2004)가 있다. 과학기술과 산업문명이 환경 문제의 원인이라는 사회적 통념을 뒤집고 경제 성장 이후 환경 유턴(U-Turn)의 실증적 사례를 들어 가난이 환경의 최대 적이며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가 환경을 지키는 유용한 제도라는 논리를 제공한다. 과장된 환경 비관론이나 지구종말론을 과학적 근거로 논박하여 경제적 번영이 지속 가능한 환경을 만드는 데 도움을 주고 기아와 가난을 몰아내는 것이 인류와 환경을 지키기 위해 효과적이라는 낙관적 견해를 제시한다. 유전자 조작 식품의 대량 생산이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해결책일 수 있는가 등의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레이첼 카슨의 문명사회에 대한 불멸의 경고와 더불어 이미 현실로 진행되고 있는 산업사회의 환경 문제를 균형감 있게 진단하고 헤쳐 나가는 데 도움을 준다.

 

지난 시절 여러 분야의 문화 예술인들과 섞여 버스를 타고 이북 실향민 아버지의 고향 땅 장단을 지나 개성을 방문하면서 목격했던 헐벗은 산야, 벌과 나비와 산새들을 구경할 수 없는 '침묵의' 북녘 들판에 대한 기억은 자원 고갈의 현실에 더하여 분명 안타까운 감정의 풍경인 동시에 가난이 건강한 자연환경과 문화의 강력한 적이 될 수 있음을 알려 준 강렬한 사례로 남았다.

 

결국 미래 세계를 열어가는 환경과의 공존 노력이나 물질적 추구의 향방은 그 시작에서부터 극명한 관점의 차이를 실증적으로 극복해 가려는 선택적 자세와 경험의 축적에 의해 좌우될 것이므로, 삶의 질을 높여 가면서도 환경 훼손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적 모색에 공동체의 힘이 모아져야 한다. 환경 실천에 있어 지나친 근본주의적 태도나 경제 효율주의의 양극단을 경계하면서도 위험사회가 내보내는 경고음과 진단의 목록에 끊임없이 귀 기울임으로써 공존 가능한 발전을 지향하는 인식의 전환을 끌어내야 하고, 예술적 행위가 문화의 감수성과 사회적 책임을 거쳐 생태 윤리에 대한 감수성으로 자라나도록 도와야 한다. 인간중심주의로 무장한 근대의 과학 물질문명이 자연과 환경을 도구화하여 이윤 추구와 수탈의 대상으로 다루어 온 탐욕의 역사는 예술이 건강한 자연계의 질서를 교란하는 욕망의 허구성을 들춰내고 불의한 관성에 저항하는 다양한 변화의 목소리에 힘을 보탤 수 있는 근거가 된다.

 

적어도 자신이 수행해 오던 예술 활동의 의미를 지속시키기 위해서라도 세계상에 대한 면밀한 진단과 함께 모순적 세계와의 관계 설정을 위해 요구되는 변증법적 타협점에 대해 고민하지 않을 수 없으며, 이는 곧 내 삶의 문제가 타자와의 관계성을 통하여 외부 자연과 상호 연결되어 있다는 ‘성찰적 존재론’과 ‘경험적 인식론’으로 종합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문화의 첨병인 예술적 비전이 세계를 바라보는 상이한 관점의 통합적 가능성을 지향해 나감으로써 삶의 다양성과 양면성을 성찰하고 그 속에서 지속할 만한 가치와 창조적 역량을 싹틔우기 위한 일상의 계기로 자라나야 한다.​

 

한 물건을 오래 쓰다 보면 저절로 생겨나는 애정이 사물의 시간에 담긴 삶의 깊이와 사물 인식의 지평을 넓혀 줄 자양분이 될 것이며, 인공적 감각의 끝에서 만나게 되는 궁극의 자연성은 진정한 예술적 경험의 시작을 이끌어 줄 것이다. 그러니 미세플라스틱이 대양을 돌고 돌아 마침내 내 배 속을 채우기 시작할 미래의 공포나 막연한 환경적 대재앙에 대한 디스토피아적 환영으로 눈앞의 내일을 걱정하기보다는 차라리 내가 당장 먹고 자고 배설하면서 쌓이는 물질의 이동 경로를 떠올려 보는 편이 현실적이다. 쓰레기 소각장, 하수종말처리장, 화장장 등을 혐오시설로 규정하여 내 지역 밖으로 밀어내려는 이기주의나 사회적 불평등을 대하는 뿌리 깊은 차별의식을 경계하지 않으면서 환경 의식을 표명하는 것은 한낱 위선적인 구호에 불과하다. 국제 관계나 다국적 거대 기업의 속내를 분별해 내기 위한 글로벌 시민의식의 배양 못지않게 기업과 자본의 무분별한 개발 논리가 동네의 역사를 통째로 결박하는 동안 맹목적으로 숭상해 온 한탕주의나 물질적 성장만능주의에 대해서도 합의 가능한 현실 인식이 필요하다. 플라스틱과 연관된 환경 이슈를 진단하고 이를 예술적 주제와 형식으로 풀어 가기 위한 과정은 결국 이 모든 사회 현상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현실 문제이고, 권력과 자본, 기업과 개인의 욕망이 촘촘히 맞물려 있는 현장의 이야기로 귀결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찬주 x 오픈스페이스 블록스_'에코 우편함' 아카이브_100개의 에코 우편함을 제작하고, 현장 설치를 통해 교환 및 수거한 기존 우편함을 아르코 공공예술 프로젝트와 연계하여 전시로 기록했다_태평동 865-4144번지

이찬주 x 오픈스페이스 블록스_'에코 우편함'_물엿통을 재활용한 100개의 에코 우편함을 제작해 신청 주택에 설치해 나간 현장 작업으로, 106곳의 태평동 일대 주택에 설치되었다._2023 경기 에코뮤지엄


디플라스틱 아트(De-Plastic Art)는 이와 같은 지구촌의 과제, 지역과 일상의 문제를 예술 활동으로 공유해 나가면서 마을 현장을 중심으로 지속 가능한 삶을 실천해 보려는 기획이다. ‘조형(造型)’과 ‘플라스틱’이라는 중의적 의미(Plastic)에 ‘분리 · 제거 · 반대’의 뜻을 가진 접두사(De-)를 붙여 환경오염의 주범인 플라스틱 문제를 공공적 성격의 조형예술 활동을 통하여 상쇄 · 순화 · 승화해 나간다는 생태적 예술로서 제안되었다.

 

생활 중 마을 여건과 환경을 의식해 자연스럽게 시작한 자동차 없는 뚜벅이 생활이나 휴대용 장바구니 사용에 더하여 조금은 더 적극적인 미술적 실천으로 이어 나간 것이 ‘디플라스틱 아트(De-Plastic Art)’인 것이며, 피할 수 없는 플라스틱과의 공존적 삶에 대한 공통의 인식이 마을 공간과의 연계를 강화하고 자원순환의 활동 거점으로 ‘에코뮤지엄 플라스틱 공방’을 유지하도록 이끈 동력이 되었다. 에코뮤지엄 플라스틱 공방 활동의 예술적 실험이 지향하는 현실적 목표는 폐플라스틱 수집과 성형을 통한 자원 재활용으로 고부가가치 예술 작품을 창출하고 이를 상용화하여 순환 가능한 마을 생태계를 이뤄 간다는 당찬 포부 위에 세워졌다. 지역에서 쓰고 버린 물엿 통을 예술가와 주민 협업을 통해 재활용 우편함으로 만들고 다시 지역에 설치해 나가는 ‘에코 우편함’ 프로젝트, 마을 골목길 콘크리트 틈새를 따라 맨드라미 씨를 파종하여 생태 길을 조성해 보려는 ’맨드라미 길-맨드라미 배‘ 프로젝트는 비좁은 공방의 바깥 버전이자 디플라스틱 아트(De-Plastic Art)의 확장인 셈이다.

■ 오픈스페이스 블록스


양말목 쿠션_마을 활동가들과 협업한 자원 재활용 사례로, 양말목으로 쿠션을 만들고 폐플라스틱 뚜껑을 내부 충진재로 재활용했다._오픈스페이스 블록스 (2023 경기 에코뮤지엄)
이돈순 x 오픈스페이스 블록스_맨드라미 배_태평동 일대 1.5km 골목 동선을 따라 봄부터 콘크리트 틈새와 주택 옥상에 맨드라미 씨앗을 심고 그 성장 및 주민과의 동화 과정을 관찰한 현장 작업으로, 아르코 공공예술 프로젝트를 통해 발표했다. 지역에 방치된 마을 방송용 확성기를 수집해 옥상 공간에 재구성했으며, 폐플라스틱 쓰레기 수거, 지역 주민과의 협업, 자원 재활용 작업 등을 통해 마을의 생태 환경과 시각예술 활동의 결합 가능성을 구현해 나갔다.

이돈순_태평동 맨드라미_나무 패널에 유채, 폐플라스틱을 녹여 성형한 못_35×27.5cm_2023
이돈순_'디플라스틱 아트(De-Plastic Art)' 에코뮤지엄 공방에서 제작한 플라스틱 성형 못을 사용해 태평동 맨드라미를 형상화한 작품으로, 지역 자원인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했다._2023 경기 에코뮤지엄

'디플라스틱 아트(De-Plastic Art)' 에코뮤지엄 공방에서 제작한 플라스틱 성형 못(좌)과 성형을 위해 파쇄한 폐플라스틱 원료(우)_오픈스페이스 블록스_2023 경기 에코뮤지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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