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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문화가 있는 날, 마을극장

  • 작성자 사진: 블록스
    블록스
  • 2018년 9월 27일
  • 2분 분량




가족 간 소통의 어려움에 관한 이야기는 언제부턴가 명절의 단골 기삿거리가 되었습니다. 오죽하면 오래간만에 만난 친척 간에 피해야 할 말까지 뉴스거리로 제공됩니다. “언제 결혼하니?”, “둘째 계획은?”, “여자가~”, “남자가~” 등등의 금기적 표현이 선명하게 드러나는 세대 간, 가족 간 갈등의 골을 대변합니다. 그와는 달리, 연로하신 우리들의 어머니, 아버지는 집안 어르신 앞에 무릎 꿇고 앉아 끝도 없는 훈계를 들어야 했던 세대입니다. 가족을 위해 나 하나 희생하는 것을 미덕으로 삼던 그 시절에는 ‘장손이 잘돼야 집안이 바로 선다’거나 ‘맏딸은 살림 밑천’이라는 말을 공공연히 들어야 했습니다. 개인의 정체성보다는 ‘가족 공동체’를 강조하면서 ‘상명하복’이 당연시되던 때였습니다. 그야말로 ‘격세지감’의 세상이었습니다. 게다가 ‘6·25전쟁’과 ‘이산가족 상봉’, ‘ 파독 광부와 간호사’, ‘베트남전쟁’, ‘유신 체재’와 같은 정치 사회적 격변이 개인에게 드리운 시대의 고통은 세대 단절의 저변에 더욱 깊고 내밀한 상처를 남겼습니다. 냉전과 양적 성장의 패러다임 속에서 국가나 가족을 위한 희생이 우선시되던 시대를 살아온 분들로선 급속히 바뀐 세태가 한없이 냉정하고 야속할지 모릅니다.  그러나 지극히 이질적이고 압축적인 시대를 살아온 우리 사회가 가족 중심의 공동체에서 ‘가치 중심의 공동체’로 변해가는 추세라 하여, 오늘날 고령화 사회를 지탱하는 가족의 존재까지 부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상실의 시대를 억척스레 살아낸, 오직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그 질곡을 버텨냈던 어머니, 아버지와 젊은 미래 세대의 단절 사이에도 분명 되살려내야 할 불씨와도 같은 소중한 삶의 체험과 공감의 가치가 잠자고 있을지 모릅니다. 때마침 추석 연휴를 지나며 가족과 세대의 의미를 되새겨볼 수 있는 이즈음에, 마을 주민이 한 공간에 모여 산업화 세대의 애환을 다룬 영화 <국제시장>을 관람하면서 격변의 시대를 살아왔던 어버이 세대의 이야기를 교감해보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국제시장>에 대한 정치적 논쟁과는 별개로, “영화가 제 개인사하고 공통되는 부분이 많다”고 언급했던 문재인 대통령의 의원 시절 말처럼, 영화 속 주인공의 이야기는 한국 현대사를 관통하며 살아온 현실 속 우리 어머니, 아버지의 삶과 그대로 겹쳐있기 때문입니다. 아픔과 단절의 시대 이야기를 담은 영화를 함께 감상하면서 세대를 거슬러 감춰졌던 가족의 아픔을 되돌아보고 공감 가능한 미래를 상상해볼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또한, 2시간 6분 상영시간 속에 담아내지 못한 우리들의 이야기는 마을광장과 이후의 자리에서 따뜻한 체온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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