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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리의 오뜨꾸띠르(BERRY’S HAUTE COUTURE): 삶은 하나의 오뜨꾸띠르가 된다.

작성자 사진: 블록스
블록스
9월 5일
3분 분량

최종 수정일: 10월 3일

2026 골목으로 들어온 미술

베리킴 개인전


전시 기간 : 2026. 09. 03 - 09. 27

전시 관람 시간 : 10:00 - 19:00

전시 장소 : 경기도 성남시 태평동 4144번지 1층



베리킴의 개인전 《베리의 오뜨꾸띠르(BERRY’S HAUTE COUTURE)》는 ‘자기 자신을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한다. 작가는 패션, 민화, K-pop, 대중문화, 캐릭터 이미지와 인공지능이 생성한 시각 언어를 가로지르며 고유한 이미지의 세계를 구축해 왔다. 이때 화려한 색채와 장식성은 단순히 시선을 끄는 표면이 아니다. 그것은 주어진 정체성과 익숙한 질서에서 벗어나 존재의 형식과 삶의 방식을 스스로 다시 구성하려는 조형적 실천이다.


베리킴의 작업에서 이미지는 완결된 결과물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이동하고 변형되는 재료다. 자개 빛을 머금은 민화의 동식물과 한복의 색채, 전통 문양과 동시대의 대중적 기호는 원형을 보존하거나 재현하기 위해 호출되지 않는다. 서로 다른 시간과 문화의 이미지들은 해체되고 혼성되며, ‘베리캣(Berry Cat)’과 ‘베리맨쉬(Berrymensh)’라는 작가적 존재를 통해 새로운 패션과 풍경, 서사적 장면으로 재구성된다. 전통은 고정된 유산이 아니라 현재의 감각과 결합해 새로운 의미를 생산하는 살아 있는 이미지의 장이 된다.


베리킴_베리의 오뜨꾸띠르(BERRY’S HAUTE COUTURE)_멀티미디어(multi-media, FHD 1920px x1080px)_2026
베리킴_베리의 오뜨꾸띠르(BERRY’S HAUTE COUTURE)_멀티미디어(multi-media, FHD 1920px x1080px)_2026
베리킴_베리맨쉬(Berrymensh)_키네틱 미디어 스컬프처(Kinetic Media Sculpture) 부분_2026
베리킴_베리맨쉬(Berrymensh)_키네틱 미디어 스컬프처(Kinetic Media Sculpture) 부분_2026

이 과정에서 인공지능은 단순한 제작 기술이나 자동 생성 장치에 머물지 않는다. 작가에게 AI는 이질적인 이미지와 기호를 만나게 하고 충돌시키는 동시대의 조형 매체다. 베리킴은 자신의 드로잉을 바탕으로 생성된 무수한 이미지 가운데 일부를 선택하고 편집하며, 중첩과 재배치를 통해 자신만의 시각적 세계를 구축한다. 그렇게 선별된 이미지들은 영상, 사운드, 조명, 키네틱 장치와 결합하며 화면 밖의 공간으로 확장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무엇을 생성했는가가 아니라, 무한한 이미지의 가능성 가운데 무엇을 선택하고 어떤 관계로 구조화하여 감각적 경험의 장으로 전환하는가에 있다.


전시는 이러한 ‘생성-선택-재해석-재배치-움직임-공간화’의 과정을 복합 매체 기반의 키네틱 조형으로 구현한다. 작가는 “움직임과 빛, 영상과 소리, 물질과 디지털 이미지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하나의 공간을 만든다. 관람자는 완성된 이미지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여러 요소가 끊임없이 변화하고 관계를 맺는 환경 안에서 베리맨쉬를 마주하게 된다”고 말한다.


관람자는 영상과 결합해 소리를 내며 움직이는 입체 작품을 마주하고, 그 주변을 걷고 공간을 통과하며 변화하는 시청각적 장면을 경험하게 된다. 이때 전시 공간은 작품을 수용하는 중립적 배경이 아니라, 서로 다른 요소의 리듬과 감각이 교차하며 이미지와 신체, 기술과 감각이 관계를 맺는 살아 있는 무대가 된다.


베리킴_베리맨쉬(Berrymensh)_키네틱 미디어 스컬프처(Kinetic Media Sculpture)_2026
베리킴_베리맨쉬(Berrymensh)_키네틱 미디어 스컬프처(Kinetic Media Sculpture)_2026

전시의 중심 개념인 ‘베리맨쉬’는 니체의 위버멘쉬(Übermensch)에서 출발하지만, 완성된 영웅이나 초월적 인간을 뜻하지 않는다. 베리맨쉬는 자신에게 부여된 정체성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대신, 자신만의 기준과 방식으로 끊임없이 자신을 창조하는 존재다. 자신이 누구인지 질문하고, 그 답을 매 순간 새롭게 구성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베리캣이 의상과 스타일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 변주하는 형상이라면, 베리맨쉬는 ‘더 나답기 위한 존재’를 디자인하는 가능성의 형상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패션은 단순한 장식이나 유행이 아니라 자신을 드러내고 새롭게 만들어가는 언어가 된다. 무엇을 입을 것인가라는 질문은 어떤 존재가 될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전시 제목의 ‘오뜨꾸띠르’ 역시 특정한 개인을 위해 단 하나의 옷을 제작하는 방식에서 출발해, 삶과 정체성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구성하는 조형적 개념으로 확장된다. 각자의 기억과 욕망, 경험과 관계가 서로 다르듯 삶은 동일한 규격으로 생산될 수 없다. 삶은 주어진 대로 입는 것이 아니라, 선택하고 변형하고 조합하며 자신의 몸과 시간에 맞게 다시 만들어 입는 것이 된다.


베리킴 개인전_베리의 오뜨꾸띠르(BERRY’S HAUTE COUTURE) 전시 전경_오픈스페이스 블록스_2026
베리킴 개인전_베리의 오뜨꾸띠르(BERRY’S HAUTE COUTURE) 전시 전경_오픈스페이스 블록스_2026

베리킴_베리의 오뜨꾸띠르(BERRY’S HAUTE COUTURE) 전시 전경_오픈스페이스 블록스_2026
베리킴_베리의 오뜨꾸띠르(BERRY’S HAUTE COUTURE) 전시 전경_오픈스페이스 블록스_2026

또한 이번 전시가 열리는 태평동의 오픈스페이스 블록스와의 만남은 이러한 자기 생성의 감각을 장소의 차원으로 확장한다. 오픈스페이스 블록스는 도시의 일상적 풍경과 사람들의 삶, 사물과 기억 사이에서 예술이 맺을 수 있는 새로운 관계를 탐색해 왔다. 이곳에서 예술은 제도화된 전시 공간 안에 고정되기보다 골목과 건축, 지역의 시간과 감각을 경유하며 장소의 잠재력을 드러낸다. 동시에 장소는 작품의 형식과 의미를 변화시키는 능동적인 매체가 된다.


태평동의 오래된 골목과 주택, 이질적인 간판과 건축, 생활의 시간 속에 축적된 사물과 흔적은 균질화된 도시 풍경과 다른 표정을 지닌다. 이곳의 불균질성과 복합성은 결핍이 아니라, 서로 다른 삶이 겹쳐지며 형성된 장소 고유의 밀도로 드러난다. 베리킴은 바로 이 지점에서 하이패션의 문법과 태평동의 일상을 접속한다. 런던이나 파리, 뉴욕과 밀라노가 아닌 태평동에서 민화의 상상력과 K-pop의 퍼포먼스, AI 이미지와 캐릭터, 음악과 패션이 만난다. 이때 태평동은 패션을 위한 배경도, 도시의 주변부도 아니다. 오랜 시간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새겨 온 생활의 무대이자, 저마다의 방식으로 자신을 드러내고 만들어가는 살아 있는 런웨이다.


베리킴 개인전_베리의 오뜨꾸띠르(BERRY’S HAUTE COUTURE) 전시 전경_오픈스페이스 블록스_2026
베리킴 개인전_베리의 오뜨꾸띠르(BERRY’S HAUTE COUTURE) 전시 전경_오픈스페이스 블록스_2026

《베리의 오뜨꾸띠르》는 화려한 이미지와 기술적 새로움 자체를 전면에 내세우기보다, 서로 다른 요소가 만나 새로운 존재와 관계를 생성하는 과정을 제안한다. 전통과 동시대, 인간과 캐릭터, 실제와 가상, AI와 신체, 이미지와 공간, 예술과 도시의 경계는 전시 안에서 유동적으로 흔들린다. 그 흔들림 속에서 우리는 자신과 자신이 살아가는 장소를 다시 구성할 수 있는 감각적 가능성을 만난다.


그러므로 ‘베뜨꾸띠르(Berry+Haute Couture)’란 주어진 삶을 그대로 입는 일이 아니라, 그것을 다시 선택하고 변형하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만들어 입는 일이다. 그 순간 태평동의 골목은 삶을 입고 걷는 하나의 런웨이가 되며, 일상의 공간은 각자가 만들어가는 삶의 작품이 된다.


■ 오픈스페이스 블록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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