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플라스틱 아트De-plastic Art_'Melting'>

최종 수정일: 2022년 10월 30일

2022 골목으로 들어온 미술_디플라스틱 아트De-Plastic Art
고재욱 개인전
<디플라스틱 아트De-plastic Art_‘Melting’>
■ 2022년 10월 2일(일) - 10월 30일(일)
■ am 10:00 ~ pm 6:00
■ 아티스트 토크_10월 5일(수) 오후 2시
■ 오픈스페이스 블록스 openspace BLOCK'S (성남시 수정구 남문로 43번길 13-2)
플라스틱의 대량 소비를 둘러싼 인류의 환경파괴가 더이상 회피할 수 없는 공공의 적이라는 인식이 일상 속으로 급속히 확산된 시점은 아마도 팬데믹 이후일 것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사람 간의 물리적 거리가 멀어진 만큼 그 거리를 좁히려는 노력 또한 가중되었다. IT 기업들은 몇 년 안에 폐기될 스마트폰과 패드를 더욱 적극적으로 생산했고, 배달 문화가 확산됨에 따라 거리에는 오토바이 매연과 더불어 분리되지 않은 일회용기가 넘쳐났다. 코로나19라는 범유행이 장기화될수록 결국엔 버려질 더 많은 플라스틱 쓰레기가 사용됐다.
반면 생활의 관성과 비대면 사회로의 변화가 만나 빚어내는 이러한 현상은 인간의 삶을 지속 가능성 안에서 돌아보고 새롭게 진단해야 할 절박성을 한층 가중시켰다. 대량 생산되는 플라스틱의 편리함 속에 파묻혀 바로 옆의 쓰레기 더미를 외면하던 사람들에게 닥친 위기는 결국 환경과의 협상에 실패한 우울한 미래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아래에서 무분별한 생산성의 증대는 세계의 비대칭과 불균형을 불러와 인류세라는 새로운 시대의 위기를 만들어냈음에도, 순환 체계를 확립하지 못한 플라스틱 쓰레기 배출 문제는 인류의 영향력이 자연과 지구 환경의 균형에 영향을 미치게 됨으로써 인식하게 된 균열적 자기 한계를 확인시켜 주는 사안이 되었다.
오픈스페이스 블록스의 순회 기획전으로 마련한 '디플라스틱 아트De-plastic Art'에서 고재욱 작가가 제안하는 ‘Melting’은 이러한 지구 환경과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를 바라보는 작가적 관점을 진솔하게 드러낸다. 작가는 코로나19를 인간이 지구를 오염시키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여러 현상 중 하나로 진단하면서, 대형 프로젝트 종료 후 버려지는 대량의 쓰레기를 목격하고 많은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고 했다. 이에 그는 본격적으로 창작 환경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고, 반환경의 주범 중 하나인 플라스틱을 대체하기 위한 친환경 소재들을 연구해 왔다.
그러므로 <디플라스틱 아트De-plastic Art_‘Melting’>은 팬데믹 확산이 본격화한 2019년부터 현재까지 지난 3년간 작가가 진행해 온 환경오염 및 친환경 소재에 관한 고민과 연구 과정을 담고 있다. 특히 전시의 부제이자 출품작인 <melting>은 녹아내리고 있는 남자의 모습을 3D 프린터로 출력한 작업이다. 처음 폼페이 유적에서 발굴된 미라의 이미지에서 영감을 얻었으며, 녹아내리는 현대인의 모습이 묵시적 잔영처럼 투영되었다. 이 조형물은 옥수수나 감자의 전분이 주원료인 PLA로 제작되어 훗날 땅에 묻히더라도 쉽게 분해되어 다시 땅으로 돌아가게 되는데, 전시 종료 후 땅에 묻어 썩게 만드는 과정적 작업으로 진행된다. 또한 윈도우 갤러리에 출력 이미지로 게시되는 <소금 기둥(pillar of salt)>은 성경 속 타락과 죄악의 도시인 소돔과 고모라를 배경으로 한다. 도시에서의 향락을 잊지 못한 채 천사의 경고를 무시하고 불타는 소돔을 뒤돌아보다 결국 소금기둥이 된 롯의 아내에 대한 삽화를 현수막으로 출력한 작업이며, 이 현수막은 전시가 끝난 뒤 에코백으로 만들어져 재사용된다. 그밖에도 작가는 <샘플들>에서 지난 3년간 연구한 친환경 소재와 이를 응용한 결과물들 모아놓았는데, 콤푸차로 만든 바이오가죽, 버섯 블록, 전분 플라스틱, 커피박 클레이 등이 그것들이다.
『현재에도 수많은 지표들과 현상들이 인류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으나 이미 확정된 잿빛 미래를 향해 달려가는 우리들의 삶은 이상할 정도로 평온하다. 배달 음식은 일회용 비닐봉투에 담겨 나무젓가락과 함께 배달될 것이고, 얼마 전에 산 옷은 장롱 속에 들어가서 몇 년간 기억 속에서 사라졌다가 이삿날이 되면 쓰레기통으로 향할 것이다. 살림살이는 어렵지만 출퇴근용 차량은 있어야 할 것이며, 이왕이면 승차감이 좋은 고급 세단을 선호할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이렇게 평온하고 안락한 풍경을 뒤돌아보는 날이 올 것이다. 소금 기둥이 된, 이름 없는 롯의 아내처럼.』 (고재욱 작가 노트)
인간의 편리를 위해 설계된 의인화된 지구 환경 속에서 “오만한 인류가 잔인하게 파괴한 소위 ‘자연의 균형’은 신화와 같고, ‘재앙’은 자연사의 일부와도 같다.”고 말한 슬라보예 지젝의 말대로, 작가의 작업은 아마도 자연에 대해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우리 인간이 자연 속 요소들의 균형에 좌우될 수밖에 없는 생물 존재임을 상기시키는지 모른다. 비대해질 대로 비대해진 우리의 물질적 삶이 자아내는 불가해하고 우울한 전망을 작가는 현재의 시점에서 진솔하게 전한다.
- 본 전시회는 성남문화재단의 예술인 창작활동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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